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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영양학 연구의 새로운 혁신이 등장했다. 그동안 "어제 딸기 몇 알 드셨나요?"와 같은 단순하지만 번거로운 설문에 의존해왔던 식이 연구가 이제 대변 DNA 분석만으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국 시스템생물학연구소(ISB)의 션 기븐스 교수팀이 개발한 혁신적인 연구 방법이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대사'에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영양 연구의 가장 큰 약점은 참가자들의 주관적 기억과 성실성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일주일간 채소를 얼마나 섭취했는지"와 같은 질문들은 참가자들의 기억력과 정직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더구나 매일 식단을 기록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연구 참여율도 저조한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메타게놈 분석이라는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했다. 메타게놈은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모든 유전체를 의미하는데, 대변 속에는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의 DNA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의 유전정보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연구팀은 이를 분석하여 개인의 식단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메디(MEDI, 영양 섭취량 메타게놈 추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MEDI 시스템의 핵심은 400종 이상의 식품과 3000억 개가 넘는 염기쌍으로 구성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다. 이를 통해 대변 샘플에서 발견되는 DNA를 분석하여 어떤 음식을 섭취했는지 역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시스템이 영유아와 성인의 식단 패턴을 정확하게 구분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MEDI의 임상적 활용 가능성이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통해 대사증후군 환자들의 식단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해냈다. 환자들의 식단 기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대변 분석만으로 질병과 연관된 식습관 패턴을 발견해낸 것이다.

 

기븐스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의에 대해 "단순한 식단 추적을 넘어서는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술은 개인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이것이 개인의 영양 반응과 질병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는 영양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 이상 번거로운 식단 일지나 불확실한 설문에 의존하지 않고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개인의 식습관을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향후 맞춤형 영양 처방과 질병 예방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