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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發 무역전쟁, 자동차·반도체까지 관세 폭격..수출기업 비상

미국 정부가 4월 2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설을 통해 이 같은 조치를 전격적으로 발표하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대만 등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에도 적용되며, 글로벌 통상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다른 국가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며 “미국의 노동자들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정한 무역을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각종 비관세 장벽을 세워 미국 산업을 파괴해 온 국가들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번 조치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중요한 결정”이라며, 향후 추가적인 조치를 통해 미국 경제를 더욱 보호하겠다고 시사했다.  

 

이번 상호관세는 기본관세와 ‘최악 국가’에 대한 개별 관세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은 25%의 관세가 적용되며, 다른 국가들의 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일본 24% ▲대만 32% ▲베트남 46% ▲인도 26% 등으로 설정됐다. 특히 캄보디아(49%), 베트남(46%) 등 일부 국가에는 한국보다 더 높은 관세율이 부과됐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일부 국가와 특정 품목을 넘어 전면적인 관세 부과 정책을 시행하면서 ‘트럼프발(發) 통상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사실상 관세 없이 제품을 수출해왔다. 그러나 이번 상호관세 조치로 인해 한미 FTA는 무력화된 것으로 평가되며,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국인 일본(24%), 유럽연합(20%)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국의 대미 수출 규모는 지난해 127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무역 수지는 557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은 ▲자동차 ▲반도체 ▲석유제품 ▲배터리 등으로, 특히 자동차 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발표와 함께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미국 제품에 비관세 무역 장벽을 두고 있다”며 “이러한 장벽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을 포함한 미국에 대한 관세’가 5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이번 25%의 상호관세는 ‘디스카운트된(할인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우리의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은 평균 3.5%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13%, 인도는 15%, 베트남은 거의 10%에 달한다”며 “더 큰 문제는 이들 국가가 미국 농산물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설정해 미국 제품의 수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조치가 발표된 직후, 한국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4월 3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소집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했으며, 정부는 이번 사태를 ‘글로벌 관세전쟁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회의에서 “한국 경제에 중대한 도전이 시작된 만큼,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과 협력해 미국의 상호관세 상세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본격적인 대미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미 협상과 별도로 피해 업종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같은 날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하며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민관합동 미 관세조치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업계와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정부는 미국 측과 협상에서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이 과도한 타격을 입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대응할 계획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한미 간 무역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상호관세 조치는 미국과 한국의 경제 관계뿐만 아니라 글로벌 통상 질서에도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미국의 조치에 반발하며 보복 관세를 예고하면서, 자유무역 체제를 기반으로 한 국제 무역 환경이 급격히 보호무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이미 25%의 관세를 부과한 상태이며, 4월 3일부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도 발효될 예정이다. 여기에 반도체, 의약품 등 다양한 품목으로 추가 관세가 확대될 경우 한국 기업들은 더욱 불리한 상황에서 경쟁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외교적 대응과 함께 산업별 전략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어느 정도의 관세 완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 기업들이 변화하는 글로벌 무역 환경 속에서 어떤 대응 전략을 마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