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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전쟁 시작, 투자 빗장 풀리자 집값 다시 들썩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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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12일 제2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GBC 인근 아파트 305곳 중 291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송파구 잠실동의 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 등이 규제에서 풀려나게 된다. 다만,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2차, 선경, 미도, 쌍용1·2차, 은마 아파트와 삼성동 진흥 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우성1~4차,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등은 재건축 추진에 따른 투기 과열 우려로 인해 규제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울러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123곳 중 정비구역 지정 후 조합설립인가까지 끝낸 6곳(0.28㎢)도 해제 대상에 포함됐다. 중구 신당동 236-100, 중랑구 면목동 69-14, 양천구 신정동 1152, 강동구 천호동 167-67 등의 지역이 이에 해당한다. 이번 조정안은 13일 공고 후 즉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결정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거주이전의 자유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민원이 많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토허제의 부동산 가격 안정 효과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가격 하향 안정화, 거래량 감소 등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강남구 잠실, 삼성, 대치, 청담동의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토허제 해제로 실거주 2년 의무 조항이 없어지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소희 신한투자증권 부동산팀 수석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인해 갭투자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거래량 증가와 함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 랩장은 "이미 시장에서는 토허제 해제 기대감으로 인해 호가가 상승했고, 신고가 거래도 일부 나타난 상황이었다"며 "이번 해제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지방 부유층이 서울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상경 투자'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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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재건축 단지들이 토허제 해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기존 강남 3구의 '대장 아파트'들의 입지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치동 은마, 청담동 현대1차, 삼성동 진흥, 잠실 주공5단지 등은 이번 해제 조치에서 제외돼 가격 상승 기대감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강남 3구 중에서도 갭투자 접근성이 높은 지역으로는 송파구 잠실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장 연구원은 "잠실은 직주근접이 용이한 지하철 2·9호선 라인에 위치해 있고, GBC 수혜 지역이자 교육·공원·쇼핑 등 생활 인프라가 안정된 지역"이라며 "특히 전세가율이 높아 갭투자하기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잠실 리센츠 전용 84㎡의 경우 매매가는 26억 원이지만, 전세가는 11억 5000만 원으로 투자 비용은 14억 5000만 원 수준이다. 대치동과 삼성동 주요 아파트들의 갭투자 비용은 약 20억 원에 달한다.
부동산 시장은 이번 발표 이후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토허제 해제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매도자들이 2억~3억 원씩 호가를 올렸고, 발표 직후에도 추가 가격 인상을 논의하는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로 강남과 비강남 지역 간 아파트 가격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잠실 '엘리트'는 집값 상승의 바로미터로 불릴 정도로 상승 거래를 주도해 왔다"며 "최근 반포가 반사이익을 누렸는데, 이번 조치로 강남 전체적으로 상승세가 확산되면서 강남과 비강남 간 부동산 시장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번 토허제 해제가 가격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토허제가 풀린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아파트 가격이 높고, 갭투자 금액도 20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수요가 급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