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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에서 딱 걸린 보이스피싱범, 지급 정지된 수표 찢고 도주

그날, 농협은행의 한 지점에서 중년 남성 A 씨가 1억 원 상당의 수표를 다른 계좌로 입금하려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 씨는 즉시 A 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 중 ATM 기기 작동음이 선명하게 들려 입금이 진행 중임을 인지했다. 김 씨는 A 씨에게 즉시 ATM을 떠나 영업점으로 이동할 것을 요청했지만, 갑작스러운 연락에 당황한 A 씨는 움직이지 않았다. 상황의 긴급성을 인식한 김 씨는 영업점에 연락해 A 씨의 입금을 잠시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A 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전달책으로 이용된 피해자였다. 그는 금융기관을 사칭한 범죄 조직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거래 내역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1억 원의 수표를 입금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었다. 범죄 조직은 대출을 미끼로 피해자를 유인한 뒤, 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중간 전달책을 이용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김 씨가 근무하는 금융사기 대응팀은 실시간으로 자금 흐름을 모니터링하며, 수상한 정황이 포착될 경우 은행 영업점과 경찰이 신속히 연계해 범죄 예방에 나서고 있다. 그는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서는 은행 본사, 영업점, 수사기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씨는 하루에도 수차례 보이스피싱 사건을 접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에는 물건을 옮기는 단순 아르바이트처럼 위장해,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중간 전달책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범죄에 연루되는 이들 중 상당수는 퇴직 후 소일거리를 찾다가 속는 50~60대 연령층이다. 또한, 피해 금액 역시 과거보다 증가하는 추세다. 김 씨는 "과거에는 피해 금액이 1,000만 원대였지만, 최근에는 억 단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이러한 범죄가 한순간에 개인과 가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달 27일 김 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경찰은 중간책 역할을 한 A 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중이다.

한편, 또 다른 보이스피싱 사건도 경찰의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지난달 18일, 강릉시에서 60대 남성 A 씨가 금융감독원과 검사를 사칭한 범죄 조직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피해자로부터 1억 2,700만 원 상당의 수표를 건네받았다. 강릉경찰서는 신고를 접수한 즉시 수표 지급 정지 조치를 취하고, CCTV 분석을 통해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후 A 씨가 서울로 도주한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그의 주거지를 추적했고, 23일 자택의 쓰레기통에서 찢어진 수표를 발견했다.
결정적 증거가 확보되자 경찰은 A 씨의 출석을 요구했고, 24일 강릉경찰서에 출석한 A 씨는 혐의를 시인했다. 그는 지급 정지된 수표가 무용지물이 되자, 범죄 조직의 지시에 따라 이를 찢어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신속하게 수표를 회수해 피해자의 추가 피해를 방지했다.
피해자 B 씨는 "강릉경찰서 보이스피싱 팀 덕분에 소중한 노후 자금을 지킬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경찰은 A 씨의 여죄를 조사한 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으며, 특히 대출을 미끼로 한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기관과 수사기관의 협력이 중요한 만큼, 개인들도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을 경우 즉시 금융사기 대응팀이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앞으로도 보이스피싱 예방 및 차단을 위해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단속을 이어갈 계획이다.